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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서재 in 양양

영화는 예술인가, 기술인가?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에서 찾는 브레송의 시선

by 양양에살다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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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의 깊은 통찰, 영화의 본질을 묻다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은 프랑스의 거장 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이 남긴 짧고 강렬한 메모들을 엮은 책이에요.
영화와 예술에 대한 그의 철학적 성찰이 응축된 이 책은 단순한 영화 제작 노트가 아니라, 한 예술가의 내면에서 울려나온 치열한 사유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로베르 브레송은 기존의 영화 문법과 표현을 해체하고,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한 인물로 알려져 있죠.
이 책은 그런 브레송의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담고 있어요.


시네마토그래프, 단순한 카메라 그 이상

브레송은 ‘시네마’라는 단어 대신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라는 표현을 고집해요.
이는 루미에르 형제가 처음 영화를 지칭할 때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죠.
그는 시네마토그래프를 단순한 영상 매체가 아닌, 독립된 예술 언어로 보았어요.

그에게 영화는 ‘사진에 연극을 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예술 형식이어야 했어요.
연극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카메라의 눈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리듬과 움직임, 침묵과 공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대사가 아닌 이미지, 연기가 아닌 동작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요.


비배우의 사용, 감정 없는 표정의 미학

로베르 브레송의 작품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비배우’의 사용이에요.
그는 전문 배우의 연기를 거부하고, 감정이 배제된 ‘모델’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어요.
그 이유는 감정의 과잉이 진실을 가리는 가면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에요.

“모델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이 말에서 드러나듯 브레송은 인위적 감정을 걷어내고, 순수한 인간의 존재 자체를 화면에 담고자 했습니다.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인물의 표정이 아니라, 이미지 간의 충돌과 여백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에요.


반복, 삭제, 침묵… ‘덜어냄’의 예술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절제’와 ‘삭제’입니다.
브레송은 영화의 언어가 말이 아니라 ‘소리와 이미지의 연결’이라고 강조해요.
그는 음악에서 리듬을 중시하듯, 영화에서도 장면 간의 리듬과 간격, 정적의 활용에 집중했어요.

이는 동시대 감독들과도 차별화되는 부분이에요.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음악과 연기를 과잉 사용하는 방식과 달리, 브레송은 모든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감정에 도달하죠.


철학이 담긴 단상들, 짧지만 깊다

이 책은 에세이나 이론서처럼 구성되지 않았어요.
짧은 문장들이 단상 형태로 나열돼 있어요.
하지만 그 짧은 문장들 속에는 브레송의 철학, 예술에 대한 고뇌, 그리고 창작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담겨 있어요.

한 문장, 한 문단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독자의 사유도 깊어집니다.
그는 단순히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넘어 ‘왜 찍는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묻고 있어요.


영화 창작자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의미 있는 책

이 책은 영화 제작자들에겐 창작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지침서가 될 수 있고,
일반 관객에게도 영화라는 예술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줘요.
단순히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감각과 철학이 만나 창조된 하나의 예술로서 영화를 바라보게 하죠. 🎬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에요.
브레송의 단호하면서도 섬세한 사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우리는 왜 영화를 만드는가? 그리고 어떻게 찍어야만 의미가 생기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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